[기고] 자동차산업, 협력적 노사관계가 열쇠다

입력 2017-08-09 18:35  

"국내생산·수출 감소하는 자동차산업
고비용·저효율로 경쟁력 상실 탓
노조의 열린 마음이 필요한 때"

김수욱 < 서울대 교수·경영학,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데다 중국 등 해외시장 여건도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는 외부적 경기 변화도 있지만 내부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나아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13.6%, 부가가치의 12.0%, 고용의 11.8%를 담당하고 있으며 총수출의 13.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산업이자 무역흑자 산업이다. 또 철강, 화학, 반도체 등 부품소재산업의 최대 수요처이면서 수많은 정비업, 부품판매업, 할부리스업 등 애프터마켓의 다양한 서비스산업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생산 위축은 전후방 산업의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생산은 2016년도 423만 대로 2011년에 비해 43만 대나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약 2% 감소했으며 하반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생산이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의 근본 원인은 국산차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라고 할 수 있다.

국산차의 글로벌 경쟁력에 최대 걸림돌이 되는 것은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현상이다.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달리 국내 자동차산업만 30여 년 전 형성된 노사관계를 답습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고, 기존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현행 근로조건의 유지 등 기득권 확대에만 집착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권을 무기로 매년 관행적으로 임금인상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2016년 평균임금은 1인당 9213만원으로 2005년 대비 약 80% 이상 올라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을 추월해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그러나 생산성은 경쟁업체보다 낮은데 이는 글로벌 업체와 달리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권 확대에 집착하고 있는 노조와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매년 노사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인상으로 인해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자동차는 경제상황에 따라 수요변화가 큰 상품으로 생산유연성이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환배치의 어려움, 파견제 불가 등 생산유연성 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경직돼 있는 점도 글로벌 수요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우리는 세계 5위 수준에 불과한 기술력과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임금과 이에 못 미치는 생산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밀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한 고비용·저효율에 봉착했던 1980년대 영국 자동차산업은 몰락해 자국 메이커가 모두 외국 기업에 인수됐으며, 최근 호주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업체들이 생산거점을 폐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자동차회사들은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과 노동개혁을 통해 협조적 노사관계로 발전하면서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고용 감소 등의 우려도 커지고 있으며, 특히 기아자동차는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만약 기아자동차가 최종 패소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추가 부담액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아자동차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아자동차와 관련한 국내 중소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산업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한국 최대 고용산업이며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산업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자동차를 계속 확대 생산하고, 추가적인 고용도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노조의 열린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김수욱 < 서울대 교수·경영학,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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